[칼럼] 미술의 시·공간성… '오늘의 즐거움인 동시에 내일의 자산이다'

  • 기사입력 2016.08.12 14:16
  • 기자명 OBC더원방송

 

▲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연규석 교육마케팅 팀장

관람객이나 미술 전문가들로부터 들었을 때 생각하게 만드는 얘기가 있다. '이 작품 재미있네', '이 전시 참 재밌어' 등.


미술관의 공공적 성격을 감안한다면 시민들이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은 분명 명작이라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점점 더 예술의 한 단면만을 생각해 작품을 순간적 즐거움을 생산하는 TV 드라마나 헐리우드 영화처럼 취급하는 것에 대해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 오늘날 대중에게 인기 있는 작가나 작품도 과거에는 '광기' 어린 예술가나 '졸작'으로 치부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오늘날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인상주의 작품의 예술성에 탄복하는 것을 해당 작품의 작가들이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흔히 말하듯 모던(Modern) 시대를 살아갔던 대부분의 '천재' 화가들은 당시 대중의 '무지'로 인해 냉대, 때로는 조롱을 당하며 걸작을 남겼기 때문이다.


백년이 훌쩍 넘어버린 지금 외로움에 지쳐 자살을 선택한 반 고흐라는 인물은 오바마나 반기문보다 훨씬 더 유명한 스타가 되었고, 수십 년을 가난과 굶주림 속에서 살아야 했던 피카소는 20세기 천재의 대명사로 남아있다. 또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술사에 등장하는 몇몇 작가의 작품은 점당 몇십억원에서 1천억원 이상을 호가한다. 이러한 예를 통해 우리는 미술을 단순한 '오늘'의 시점에서 장기적인 '내일'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다.


단순히 현세적 재미나 공공기관의 성격과 부합되는 대중성은 분명 시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민주주의 사회에 잘 어울린다. 하지만,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히포크라테스의 명언처럼 우리는 '예술'이라는 분야가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미술에 시간이라는 관념을 더해 생각해본다면 오늘 성공한 작가가 후대에는 무명이 될 수 있고 과거에 주목받지 못한 화가가 오늘날 '천재'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예술의 신비로움인데 이러한 예시는 미술사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결국, 작품의 예술성이나 위대함은 시간이라는 법관 앞에서 판단될 수 있다.


'이 작품 재미있네!', '이 전시 참 재밌어!'와 같은 재미있다/없다의 흑백논리는 시간이라는 미술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편적 시각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기획자, 미술교육담당자 등 한 지역의 문화와 예술을 책임지고 생산하는 혜택받은 사람들은 오늘의 대중적 즐거움뿐만 아니라 내일의 미술 발전까지 책임져야 한다.


다시 말해 미술관은 문화·예술기관인 동시에 교육기간이며 이는 단순히 순간적 쾌락을 생산하는 디즈니랜드와는 확연히 구분될 수 있다.


그렇기에 미술관은 수준 있는 연구과정을 통해 전시나 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가치 있는 기록물, 즉 철저한 기록물을 토대로 복원된 수원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수원시의 후손들에게 문화적·역사적 자부심을 안겨주는 유산으로 남은 것처럼 우리 아이들이 100년 혹은 200년 후 21세기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밑거름을 주고 씨앗을 뿌리는 '농심'(農心)이 되어야 한다.

 


/글=연규석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교육마케팅 팀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