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논평] '당리(黨利)'에 빠져 허우적대는 연말 정국

  • 기사입력 2019.12.27 11:24
  • 최종수정 2023.04.10 07:28
  • 기자명 유성 논설위원

패스트트랙이다, 필리버스터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각종 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여의도 발(發)' 뉴스가 세밑을 어수선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뒤숭숭했던 2019년, 오롯이 한 해를 정리하고 경자년(庚子年) 새해 계획들을 세워야 하는 민초들에겐 외면하고픈 골칫거리가 아닐 런지 모르겠습니다.

 

국회는 지난 23일부터 크리스마스인 25일 자정까지 50여 시간 동안 이어졌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종료되면서 27일 ‘준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를 골자로 한 선거법을 표결한 뒤 예산부수 법안과 민생법안 등을 처리할 예정입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통합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는 패스트트랙 안건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한 상태로, 표결 처리될 공산이 커 보입니다.

 

이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두 번째 법안인 공수처(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법안이 상정되면, 오는 30일 표결 전까지 ‘필리버스터 2라운드’가 펼쳐질 전망입니다.

 

결국 패스트트랙 대 필리버스터 대치가 연말을 꽉 채울 태세입니다.

 

이렇듯 여야가 대화를 통한 접점을 찾기보다는 당리(黨利)에 빠진 채 국민은 안중에 없는 모양새 입니다. 국회 기능이 제구실을 못하는 만큼 국민의 정치 혐오는 더욱 심화될까 우려됩니다.

 

수세기 전 북미 인디언 ‘이로코이 족’은 회의 때면 ‘토킹스틱(Talking Stick, 대머리 독수리가 새겨진 막대기)’를 사용했습니다.

 

이 막대기를 들고 있는 사람만이 발언을 할 수 있으며, 그 외에 사람들은 도중에 말을 끊거나 찬반 의사 표시를 할 수 없습니다. 이 같은 방식으로 각자 돌아가며 공평하게 의견을 개진하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결국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됩니다.

 

여과 없는 소통과 경청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교훈이 아닐까 합니다. 수세기 전 인디언들의 ‘슬기로운 토론의 장’을 우리 정치권에 기대한다면 무리일까요?

 

극단적인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세밑 정가, '인디언 토킹스틱'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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